루드티아와 난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고 보니 전에 말한 그 표본은 어땠어?"
"전시 겸 연구용으로 들어온 거 말씀이죠? 정말 대단했어요. 어떻게 그 거대한 생물을 얇게 저며서 층층이 유리와 포르말린으로 마치 이중접합유리처럼 표본을 만들었을까요? 누군가는 너무 잔혹하다고도 하긴 했지만, 현미경으로 보는 작은 샘플들도 결국은 그런 식으로 얇게 잘라 만든 거니까요. 루드빅 씨도 한 번 보면 아실 텐데―"
'이런, 일단 기뻐 보이니까 내버려 둘까….'
루드티아와 이사
"이사했어."
"어디로요? 아니, 그전에 그렇게 아무 얘기도 없이?!"
"엥? 내가 이사하는데 알려줄 필요가 있어?"
"아니, 그, 음…. 위치 때문에 생기는 약속 장소 얘기라든가. 일정이라든가. 그런 거 신경 써야 하잖아요."
"아~. 뭐, 일단 그렇게 됐어."
"어딘데요?"
"숲."
"숲이요?!"
"마침 여기서 보이는 곳일 텐데. 저~기."
"원래 집에서 멀진 않군요…. 근데 나무밖에 안 보여요."
"아, 뭐, 그야 그렇게 큰 집은 아니니까. 단독주택인데, 완전 폐허 같은 거 그냥 사서 리모델링하고… 뭐 그랬어."
"그 말은 제법 전에 이사했단 걸로 들리는데요."
"내 능력 알잖아."
"저택을?!"
"냠냠."
루드티아와 식품어쩌구학
"이계생물도 다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맛이 나는 거 같아."
"드셔보신 거예요? 결국은?"
"검은 혓바닥도 나름 감각적으로 맛을 전달해 준다고. 애초에 미각도 감각이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누군가가 등을 쓸어내린다고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그런 것처럼 말이야."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왜 비슷한 걸까?"
"지구에 적응했다는 건 원래 살던 곳도 흡사한 환경이어서…아닐까요?"
"일리 있네."
"또 지구에 정착한 경우엔, 먹이도 대부분 지구의 것일 거고요. 그 영향도 있을 거 같아요. 일단 탄소 기반 생물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산소를 이용할 줄 알고…."
"미생물 수준의 이계생물은 보고된 적 없어?"
"식물로 추정되는 생물은 이미 지구에서 공생 세균을 얻어서 활동해버리는 탓에, 그런 쪽의 발견은 없었어요. 대신 동물 쪽으로 가면 뭔가 나올 거란 얘기가 있던데…."
"알겠다, 유산균 같은 거?"
"음, 맞아요. 장내 미생물이나 혈액 분석을 통해서 분명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데, 딱히 연구에 진전이…."
"프리온같은 것도 좀 연구하면 좋을 텐데."
"제법 어려운 걸 들고 오시네요."
"식품이랑 연관 깊은 게 위생학이라고. 알잖아."
"그야… 그렇죠. …혹시 더 잘 즐길 방법이라도 고심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냥 광우병 같은 게 무서워."
'그럼 애초에 먹질 말던가….'
루드티아와 관계성
"우리 관계를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네?"
"아니, 친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
"으음. 그런다고 하면 맞겠지만요."
"그럼 애매한 거네."
"우리가 어쩌다 만나게 됐었죠?"
"모르겠는데? 일 때문에? 하하."
'기억하시는 거 같네….'
"그렇다고 해서 고용 관계 같은 딱딱한 건 또 아니잖아요."
"해결사한테 안 맡기고 직접 용감하게 이계생물을 잡기 위해 으슥한 숲에 들어온 널 생각하면, 특히 아니긴 하지."
"윽, 결국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덕분에 난 무척 기뻐, 티아나 양."
"그럼 다행이네요."
루드티아와 칼로리
"헉, 이거 전부 먹으면 2,600kcal*이라는데요?"
*양념치킨 한 마리 정도의 칼로리
"뭐 어때, 사람은 130,000kcal인데."
티아나는 당혹스럽다.
루드티아와 서우인(Samhain)
"서윈에 뭐해?"
"평일이던데요. 일해야죠."
"아쉽네에. 나름 명절인데. 햇사과도 나올테고."
"사과라…. 그러고 보니, 간식 준비해두시나요?"
"여기까지 올 애들이 있으려나. 뭐, 집에 사탕은 많으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
"하긴 여긴… 괴담 생길 거 같죠."
"너무하네."
"사람 잡아먹는 저택."
"어쭈?"
"죄송해요. 근데 은근히 이런 명절 챙기시는군요?"
"응, 그리고 요즘 애들 장난 수준이 정말 장난이 아니야. 그래서 그래."
"하긴 이능력이 있으니까… 집에 휴지 둘러놓는 거 정도로는 안 끝나겠죠."
"죽은 사람 피하려면 산 사람부터 조심해야겠다고. 전에 아는 해결사 녀석은 서윈에 사탕 준비 안 했다가 말이지…. 애들한테 납치당해 허수아비 코스프레 십자가형 다섯 시간을 선고받고 끌려다녔어."
"장난이 아니잖아, 으에? 요즘 애들 너무 무서워. 뭐죠?"
루드티아와 쿠키 사고
쿠키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너무 많이 치댔다. 대충 그게 원인이라고 하던데. 그렇지만 재료를 섞고 싶었다. 큰일이다. 루드빅 씨가 보면 엄청 놀릴 거야. 그리고 예감은 적중했다. "이계생물 이갈이용인가?" 익살스러운 말투. 딱딱깡깡퍽퍽 쿠키로 사물을 때리는 소리. 안간힘으로 앞니를 넣어보시는 모습. 그러곤 메롱. 아, 얄미워! "입에 넣고 불리면 맛은 좋은데? 다음엔 잘하겠지 뭐." 의외의 위로. 위로라기엔 아직도 쿠키로 테이블을 때리는 모습. 텅텅 텅, 텅텅 텅. 경쾌한 박자로 울리는 테이블. 테이블에 흠집 나겠어요! 그러자 깔깔 웃으시는 모습. 열 개 남짓한 미스릴 쿠키는 공허가 해치웠다. 저것조차 루드빅 씨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러곤 며칠 지났던가. 난감한 표정을 지닌 쿠키. 주황빛 인공 열기 속에서 하나가 되어, 그나마의 경계선을 지닌 녹슬지 않을 금속 철판ー스테인리스ー 위에 넓게 펼쳐진 쿠키의 광야. 자기 스스로 갖출 둥글고 폭신한 개성을 모두 잃고, 희미하게 진실은 열두 개였다는 가느다란 흔적만이 남은 하나의 쿠키. 이게 뭐죠? "이건 복합적인 문제야. 컨트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라고. 그리고 이건 먹을 수 있어. 심지어 아주 희귀한 사고지. 이 루드빅이 쿠키 하나를 제대로 못 굽는 불상사가 흔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건 전대미문의 사고야. 잘~ 기억해 둬." 예상보다 뻔뻔하다. 어쩌면 당당하다.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쿠키. 납작하고 네모나다. 쿠키와 브라우니 중간쯤. 눌어붙은 바닥 부분이 매력. 휘핑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니 이가 시릴 만큼 달고 맛있다. 생각보다 괜찮네요? "맛이야 당연히 있지. 다음엔 버터랑 슈거파우더 조절을 잘 해야겠어…." 저는 반죽 방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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