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도시락 싸줄까?"

"왜요?"

어제저녁쯤 대화에서 인용. 하루 업무를 마치고 연구실을 나선 티아나를 맞이해 준 것은 루드빅과 그의 흰색 해치백(Hatch-back).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어색한 친절. 약간의 고무 냄새를 감추려는 듯한 차량용 방향제의 향기. 미리 데워 살짝 따뜻한 조수석 시트. 티아나는 개의치 않고 조수석에 앉았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차에서 이뤄진 대화는 가벼웠다. 점심은 뭐 먹었냐, 저녁은 어떻게 할 것이냐. 둘에게 식사 얘기는 언제나 단골이다. 티아나가 생물학을 주제로 침묵을 깨기 전에 루드빅이 말하기 때문이다. 그날 티아나의 점심 식사는 브리또였다. 닭 가슴살, 양상추, 아메리칸 치즈, 다진 양파와 토마토, 약간의 소스가 첨가된 미지근한 브리또. 출근길에 부랴부랴 산 것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은 것이다. 루드빅은 그럴 수 있다며 석연찮은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은 가족이랑 먹을 거야?"

"그러려고요. …잠깐, 집에 부모님 오신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난 다 알지~."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티아나는 유독 등골이 시렸다. 그저 집을 훔쳐보았을 것이라 느낀 것이다. 루드빅은 그저 건물 앞에 차를 세워두고 티아나를 기다리던 도중, 티아나가 "여보세요? 이제 퇴근해요, 곧 갈게. 저녁은 뭐예요? 응, 알았어요. 응, 으응. 끊어요."라고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네는 소리가 우연찮게 귀에 들려서, 어림짐작했을 뿐이었다.

루드빅은 느릿한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지루함이 그의 얼굴 가죽에 살짝 떠올랐다. 검지로 박자를 타듯 핸들을 툭툭 건들다가, 쓰읍, 하고 치아 사이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를 냈다. 무언가를 말리려는 것이 아닌, 대화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소리. 그에 맞춰 티아나는 자연스럽게 루드빅을 쳐다봤다. 입을 한참 우물거리더니 한 마디 나온다.

"나중에 도시락 싸줄까?"

"왜요?"

.
.
.

그리하여 그 '나중'은 오늘이 되었다. '루드빅 씨는 괜한 말은 해도 괜히 하는 말은 안 하는 타입이신 걸까….' 티아나는 아침에 네모난 도시락통을 그에게서 건네받으며 생각했다. 간단한 샌드위치라며 들이밀곤, 그는 곧바로 자기 갈 길을 갔다. 티아나는 멍하니 보따리에 감싸진 통을 들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겨우 정신이 들어 엘리베이터를 제때 탈 수 있었다.

일은 그럭저럭. 어쩌면 바쁘다. 색다른 생물 중 표본이 풍부한 생물은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진다. 인류가 진보할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일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지만 그런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그저 카드게임을 열심히 하기 위해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생각해 낸 것은 곧 정제 한 알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만든 것과 비슷한 것일까. 티아나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일에 열중한다. 일이 잘 되어간다 생각하는 중에, 곧 다들 분주하게 자리에서 벗어난다. 점심시간을 의미하는 집단 이동이었다. 티아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텅 빈 휴게실. 길쭉한 흰 테이블, 여러 개의 의자. 덩그러니 놓인 차가운 도시락통. 티아나는 긴장한다. 과연 그냥 샌드위치가 맞을까? 이계생물을 넣은 건 아닐까? 우물쭈물거리는 손가락으로 도시락 뚜껑을 연다. 그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놓인 것은 아주 멀쩡해 보이는 샌드위치와 약간의 샐러드, 그리고 작은 팩 주스와 일회용 포크. 번듯하다. 티아나는 오히려 황당한 얼굴로 샌드위치의 단면을 바라봤다. 잘 만든 콜드 샌드위치였다.
테두리를 자른 흰 식빵, 곱게 다진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과 섞은 마요네즈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약간, 부드러운 베이컨 네 장, 테두리가 질겨지지 않게 익힌 계란프라이, 얇게 썬 토마토, 뭉치지 않게 잘 펴서 겹겹이 얹은 양상추와 로메인 상추, 체더치즈 한 장. 종이로 포장되어 절반으로 나뉘어있다.
샐러드는 간단하다. 조금 남은 채소와 식빵 테두리를 처리하기 위한 느낌이다. 시저샐러드. 샌드위치를 위해 잘라낸 식빵 테두리는 크루통으로 잘 볶아져 따로 있고, 드레싱 역시 따로 있었다. 채소의 물기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팩 주스는 사과 맛. 웃고 있는 사과가 그려져 있다. 사과 과즙 100%를 자랑스럽게 내놓은 문구. 작은 빨대.

티아나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곧 생각했다. '전혀 간단하지 않은데….' 한 입 한 입 만족스러운 맛을 낸다. 남김없이 비운 통. 평소보다 배가 불러서 약간 나른했지만, 어김없이 제시간에 티아나는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날 티아나는 기분 좋은 포만감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루드빅이 느끼는 식사의 즐거움을 조금 이해한 모양이었다.

곧, 아차, 그릇을 돌려드리려면 만나야 하는데. 번쩍 스친 생각에 티아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번주에 루드빅을 만날 일이 사실 없었다. 시간을 내서 빨리 드리는 게 좋을 텐데, 아하, 그렇구나. 티아나는 가방에 넣은 도시락통을 생각하며 깨달았다. 그가 만날 구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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