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터널…."
"아직 신경 쓰이나 봐?"
"네. 기억이 안 나요." 티아나가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말했다.
"너처럼 민간인을 데려가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었어. 의뢰한 곳에서 꼭 두 명이 와야 한다 했거든." 여유로운 태도를 지닌 루드빅. 찻잔을 받침 위에 적당히 올려두곤 자세를 고친다.
"왜 하필 저였나요?"
"내가 친구가 있을 거 같아?"
침묵. 길다. 남자의 헛기침 소리.
"어쨌든, 그래서 널 데려갔는데, 거기 엄청 위험했단 말이지. 너 다치면 여러모로 고생이니까 그거 처리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어쩌다 거기까지 갔는지도 기억 안 나요."
다시 침묵. 이번엔 여자의 목을 가다듬는 소리. 루드빅이 그것을 신호로 삼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파를 이룬 가죽과 천이 뻐근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뒤로 거실을 걷는 느긋한 두 다리. 티아나는 찻잔을 내려다본다.
"간혹 충격이 크면 기억을 잃는 경우도 있지."
"그런 거였을까요?"
"내 생각엔 그래."
"알려주실 건가요?"
"아~니."
한숨과 함께, "그럴 거 같았어요."
티아나의 뒤로 루드빅이 다가간다. 루드빅의 손이 티아나의 머리칼로 덮이지 않은 쪽 볼을 엄지손가락 하나로 쓰다듬는다. 티아나는 잠시 몸이 굳었다. 이 손의 감촉이, 터널에서의 것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굳은살과 단단한 관절이 있던 그때의 손이 아닌, 단 한 번도 거친 일 따위 해보지 않은 듯한 부드럽고 습기 있는 손이 스치기 때문에.
"그때 어떤 일이 있었던 거 같아?"
"…저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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