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좀 더 젊었을 때의 나는 너랑 이러고 있기 어려웠겠어."
오후 2시 반 즈음의 대화였다. 루드빅은 늘어진 자세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젊었을 때'라고 한다면 분명 20대 초반을 말하는 거겠지. 티아나는 그리 어림짐작한다. 아무런 말 없이 그가 내린 차를 한 모금. 시선은 그대로 맞은편에 고정했다. 흔히 겪는 금전적인 문제나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하리라. 그리 예상하며 티아나가 찻잔을 내려놓는 모습에, 루드빅의 입이 열린다.
"그 시절의 난, 좀… 못났거든."
"예?"
"뭐야 그 반응~? 지금도 못났단 거야?"
웃음 섞인 갈라진 목소리. 둘은 시선이 잠깐 마주친다. 다시 창밖을 보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아뇨, 아…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말씀하실 줄 몰랐어요."
그에게 루드빅은 의기양양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사람. 당황을 감추지 못한 탓에 혹여나 그의 심기를 건든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설마 아니겠지. 그리 생각하며 티아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루드빅을 바라봤다. 잠깐 삐쭉하고 우물거리는 그의 입. 불만과 고민 사이에 놓인 옆모습. 눈 주변의 수축과 미묘한 곁눈질…. 알 수 없는 행태에 티아나는 등이 굳었다가, 그의 헛기침하는 소리에 이완됐다.
그는 종종 거친 소리가 목에서 나오는 게 흠이라 간혹 말하기 전에 헛기침을 하거나, 입을 우물거렸다. 루드빅은 자신이 말하기 전부터 좋지 못한 목소리가 나올 조짐을 어느 정도 느낄 만큼, 그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사레가 들린 후에 남아있는 불쾌감과 닮은 텁텁함에 루드빅은 헛기침을 하거나 괜히 마른 입을 삼켰다. 언제는 티아나가 그 습관에 대해 '목이 상한다'라며 지적했다. 그러나 루드빅은 이미 자기 목은 상해 있는 편이고, 자기가 어릴 때 식습관이 나빠서 생긴 '후유증'이라며 얼핏 흘려넘겼다. 그 말에 티아나는 왜 인간은 기도와 식도가 지나치게 연결된 구조인지 고민했을 뿐이었다.
헛기침을 두어 번 넘게 하고서야 그친다. 루드빅은 티아나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말한다.
"나 은근 고친 곳이 많아."
"고친 곳?"
"여기."
그는 자기 뺨을 가볍게 검지로 두들겼다. 얼굴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흔히들 '고쳤다'라고 표현한다면 태도나 외모를 말할 뿐이라, 티아나 역시 빨리 이해했다. 그러고는 '태도는 미포함이려나….'라고 생각한다.
"글쎄요….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리고 지금 잘생긴 거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잉, 잘생겼단 말 들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교태 부리는 듯한 높은 목소리.
"예전을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죠."
"잘생기긴 했어?"
침묵. 남들이면 몰라도 티아나가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다.
"… …스스로 자기 얼굴에 만족하신다면 됐죠."
피식하는 소리가 나자 티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입은 열지 않은 채, 숨을 크게 내쉰 것처럼 안도를 내쉬자 티아나는 가슴께가 뻐근하다 느꼈다. 굳이 저런 걸 말씀하신 의도가 뭘까. 아무래도 친밀한 관계니까 꺼림칙할 수 있는 과거를 사이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미리 알려주시는 거려나. 나는 딱히 말할 게 없는데…. 어차피 지금 모습이랑 전혀 상관없는 이계생물체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면서. 그래, 무엇이든. 옷도 기능도 외모도…. 그래… 무엇이든…. 티아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곧 기묘한 생각이 스치기 직전에 루드빅의 말이 파고들었다. 결절이 섞인 목소리. 어색한 고음이 쇳소리로 간혹 얹어진다.
"은근 콤플렉스가 많아서 그래. 아~, 그런데 말이야…."
"네?"
"혹시 주변에 목소리 좋은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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