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받은 의뢰에 억지로 끌려갔던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후가 흐릿하다. 아마 기절을 했던 것 같다. 시야가 어두워서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익숙한 감촉이 손가락을 감쌌다. 루드빅 씨의 촉수였던 것 같다. 안심 섞인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려 하니, 입술을 손가락 하나로 가로막는다. 쉬잇, 뱀이 내는 소리 같다. 적막을 요구하시니 굳게 닫았다. 그는 말을 꺼냈다. 여긴 버려진 터널이고, 우린 이곳에서 유실된 물건을 찾으러 왔었다며, 물건은 찾았으니 뒤돌아 곧장 앞으로 나아가라고 하신다. 어딘가 그의 목소리가 쉰 것처럼 느껴졌다.
  터널을 나갈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뒤돈 상태로 엉거주춤 서있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비집고 그의 손가락이 기어들어와 붙잡았다. 평소보다 묘하게 거칠고 크다. 정말로 루드빅 씨가 맞는 걸까 물으니 익살스러운 농담처럼 어떨 거 같냐 되물으신다. 그러니 안심하고 끝까지 나아간다. 그의 농담이 맞았다. 발자국 소리가 서로 다른 박자로 울려 퍼지는 것을 느끼며 계속 걸어간다. 터널 근처 희미한 가로등이 출구를 알려준다. 여전히 어둡다. 가로등이 정수리에 머물러 나의 그림자가 수직이 될 때까지 걸어갔다. 하나, 둘, 셋, ...여덟 때쯤에 나와 가로등은 수직선에 놓였다. 그제야 루드빅 씨는 손을 놓고 내 옆에 나란히 서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시곤, 여전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