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기본이라면 관찰을 첫째로 보아도 좋다. 보고, 느끼고, 그러고 나서야 생각하기. 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모두들 이런 방식을 한 번쯤은 취해보았을 것이다.

  때는 늦은 오후며, 한산한 숲을 돌아다니기 좋은 시기다. 루드빅 씨는 언제나처럼 나를 따라와 주셨다. 아니면 내가 그를 따라간 것일까. 어느새 그에게 휘말려있는 경우가 많으니 분간하기 어렵다. 그는 능숙한 사냥꾼처럼 이계생물을 사로잡아 내 앞에 던져두었으며, 나는 그것을 쳐다보았다. 가녀리지만 숨을 쉬고 있다.
  모피를 지나 지방, 곧 근막과 근육을 지나가 뼈가 보인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그곳엔 제각기 선명하게 살아있는 내장이 존재한다. 이 생물은 생각보다 지구의 동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장처럼 동작하는 장기가 세 개. 위는 두 개. 장은 충분히 길지만 소장과 대장처럼 분리된 구조는 아니다. 간처럼 보이는 장기는 없다. 대부분의 독소를 그대로 배출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효소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위장에 든 것은 작은 베리 종류의 과일 같다. 여느 과일이 그렇듯 독성을 지니기 쉬운 과일이지만, 만약 이 생물이 독을 감당하거나 분별하는 능력이 있다면 간 정도는 무시해도 되는 장기일지도 모른다. 발효되어 알코올이 생긴 과일은 어떻게 대처할까? 곤충 같은 방식으로 배출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간이 없으니까.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집중한 나머지 깜빡임을 잊은 탓에 눈이 시렸다. 중간에 눈치가 보여 루드빅 씨를 쳐다보았으나, 그는 나무 그늘에 앉아 멀찍이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고 있었다. 먼지나 풀벌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흙 잔디에 길게 다리를 뻗고 앉아 있다. 눈이 마주치니 눈썹을 한 번 씰룩인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관찰 일지를 써 내려갔다. 투시라는 능력이 내게 주어진 것이 참 알맞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비록 증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말이다.
  써내린 단어에 점을 찍은 순간, 나는 불현듯 호기심이 관자놀이를 때렸다. 펜을 움직이다 말고 다시 루드빅을 바라보았다. 뭐로든 변할 수 있는 공허를 다루는 그의 내면이 궁금했다. 옷 정도는 만들어 쓰시기도 하셨으니, 분명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는 그 잠깐 사이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바라보아도 괜찮은 때다. 내 시선은 그의 머리를 시작해서 발끝으로 이동한다. 공허의 단면을 찾아.

  그러나 나의 후두엽, 시각 피질에서 비롯된 잔상은 텅 비어있었다. 그 이미지는 마치 납을 온몸에 두르고 엑스레이를 찍은 것처럼 불투명하다. 간혹 남 보기 좋으라고 엑스레이 사진을 반전시켜 사물을 검게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현실로 보면 이럴 것이다 느낄 만큼 불투명한 무언가가 앉아있었다. 나무와 풀이 세포벽을 벌거벗고 잔디에 간신히 숨은 베짱이의 위맹낭이 보일 만큼 일지라도. 윤곽을 따라 희끗한 그림자. 부조화의 이미지.

  그는 곧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선이 오고 갔다. 당연하단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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