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꿈을 꿨습니다.
때는 오후? 해가 지는 것인지 뜨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하늘이? 보였습니다. 창밖은 언제나 그렇듯? 한산함으로 붐벼서? 루드빅 씨와 저는 단둘이? 집 안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암전. 전환.
그는 하얀? 까만? 부드러운? 축축한? 털? 돌기? 가 빼곡한? 길쭉하고 유연한? 생물로 제 곁에 나타나 제 왼팔을 아늑하게? 감쌌습니다. 그것은 울렁거리며? 술렁이며? 팽창하거나? 수축했고, 곧 여러 모습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그 노란 눈만큼은 그대로였고, 목소리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제 왼팔을 붙잡아? 감싼? 그는 어딘가 기운 없고 서글픈? 목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1. 사실 나는 루드빅 오발리스가 아니야.
2. 여태까지 속여서 미안해.
3. 그럼에도 너한테는 루드빅으로서 함께 있고 싶어.
저는 그런 말을 듣고? 느끼고는? 벙쪄서? 어색해서? 안타까워서? 제 왼팔을 잡은 그의 손? 촉수? 날개? 앞다리? 를 제 손으로 덮어 쥐고는 나지막이? 당당히? 말했습니다. 괜찮다고. 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러자 그는 제가 본 적 없는? 어렴풋이 본 듯한? 어색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 어깨에 고개를? 파묻으며 제게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그 미소는 저녁? 아침? 노을에 물들기 좋았으며, 저 역시 그 미소와 그의 행동에 안심을 느끼며 거실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쳤고, 저와 그는 다시 각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깨버렸으면 좋았을 텐데요.
암전, 전환.
꿈속의 아침은 서늘? 했습니다. 어째선지 너무나 적막하고? 쌀쌀하고? 습해서? 곧장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갔습니다.
암전, 전환.
복도.
암전, 전환.
그의 방.
암전, 전환.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계단.
암전, 전환.
거실. 쭉 들어가 주방.
어디에도 루드빅 씨의 모습이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살림은 반듯하게 정돈된 게, 마치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듯 기세등등했습니다. 그저 그가 외출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지만? 동시에 다신 만날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들어섰습니다. 확신은 사실이 되어 짧은 순간을 며칠로 만들어버렸고, 창 안팎으로 한산함이 붐볐습니다. 저는 마치 커다란 마트에서 돌아다니던 중, 어머니의 손을 놓쳐 바삐 식료품 판매대 곳곳을 들여다볼 때마다 아는 실루엣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두리번거렸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무관심한 눈만이 마주친 아이와 똑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루드빅 씨…. 저는 입을 열지 않고?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분명 대답은 없었고, 평소보다 훨씬 춥게만 느껴지는 집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던 중에?
꿈에서 깬 것입니다.
유독 춥습니다. 날이 춥다고 하여도 유독 춥습니다. 이불을 반쯤 걷어낸 상태로 일어났지만, 다시 이불을 몸에 감쌌습니다. 잠시 그렇게 정체를 모르겠는 기분으로 누워있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핸드폰 때문에 번쩍 눈이 떠졌습니다. 일어날 시간입니다. 제 생각에 이런 기분은 아주 어릴 때 한 번 겪어본 것 같습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저는 불안한 생각이 스쳐,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재빨리 빠져나왔습니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들리는 소리는, 기름에 자글자글 구워지는 요리의 소리.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냄새. 저는 기분이 나아져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주방으로 몸을 틀어보니 그의 뒷모습이 가스레인지 앞에 있습니다.
"… 좋은 아침이에요. 루드빅 씨."
"일어났구나, 좋은 아침~ 아침밥 하고 있으니까, 자리에 앉아 있어."
저는 테이블에 앉아 그가 요리하는 뒷모습을 몇십 초인가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제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동그랗고 도톰하며 평평한 세라믹 접시에 요리를 담아냅니다. 제 앞에 그릇을 내려놓고, 그는 제 앞자리에 앉아 제 모습을 봅니다.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요리를 원하는 크기로 잘라먹었습니다. 맛있어요. 루드빅 씨는 그제야 만족한 듯 저를 향해 기울어져 있던 상체를 의자에 기댑니다. 그가 일순간 눈을 낮게 깔고 슬픈 듯이 허공을 바라보긴 하였으나, 그것이 기분 탓인지, 정말로 그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 꿈을 꿨던 걸까요? 꿈이란 것은 생물이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비물질 중 하나였기에. '내심'이라는 단어들이 뭉쳐서 마치 예언이라도 되는 듯이 나타나기에. 저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어서 그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식사하며….
한심한 밤에는 생생한 꿈을 꾸기도 한다.
단순하게 환한 거실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내 모습은 내려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거슬리던 것은 당최 시야에 집어넣으려 해도 잡히질 않고 테두리에서만 돌아다니는 티아나 양의 모습이었다. 눈으로 좇아도 쫓아도? 하여간에 잽싸다니까? 그런 감상을 느낀 적은 원래 한 번도 없었지만.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단 한 번 나를 부르지 않았기에. 난 그저 개지 않고 쌓아둔 마른빨래처럼? 소파에 늘어져 그 모습을 볼 뿐이었다.
꿈이라고 하는 건 아무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새침한 가상 세계이기에, 나는 마치 소파에서 잠든 후 갑자기 깬 것처럼 새로운 풍경에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그의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감촉은 없었지만, 확실히 잡고 있었다. 그의 배경에는 무수한 짐. 분명 내 등 뒤엔 아무런 짐도 놓여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여, 뒤돌아보지 않고 티아나의 입 근처를?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이전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단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고, 티아나는 뚱한 표정으로 한참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꿈은 언제나 어두컴컴하여 공연을 끝내고 관객석만을 훤히 비추고 있는 극장의 무대 위에 서 있을 때처럼 삭막하였는데, 이번도 그랬기에. 나는 가만히 어두운 쪽에 서서 관객석을 등진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가벼운 한마디를 건네는데.
즐거웠지요, 언젠가 또 봐요.
라고, 말하는 듯 혼자 홀가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바람 빠진 풍선 (밝은 색깔을 가진 광대가 꾸깃꾸깃 만져대며 망아지나 강아지나 칼, 꽃이나 나비를 만들어 쥐여준 덕에 누군가는 분명 소중하다고 여겨 손에 꼭 쥐고 다녔을) 이 된 나는 손에서 손이 부드럽게 빠져나가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층 난간에서 무대를 내려가는 그의 환한? 손 인사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양팔을 가볍게 머리쯤까지 들어 올려 좌우로 살랑였다. 그렇다면 무대는 끝이다. 그럼…, 이제 나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앞에 막이 쳐진 듯 어둠으로 가려지고서야.
꿈에서 깼다.
나는 사실 꿈에서 깼을 때 꿈에 대해 깔끔히 잊어버리고 (그러고 싶어서) 그저 찝찝한 불안감으로만 가득했는데, 시간을 보니 동이 트기 조금 전이라서 잠자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지 않았는데. 식사 준비를 위해 방에서 나오고는, 바로 마주 보고 있는 그의 방을 바라보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한참 멀리서 바라보다가, 나는 도로 문을 닫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끼익, 끼익…. 계단이 우는 소리가 차근히 퍼진다. 속이 쓰리다.
'해소성섭식과 연속적관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선 (수정본) (1) | 2026.02.03 |
|---|---|
| 루드티아와 여는 대화 (0) | 2025.02.05 |
| 루드티아와 대화 (4) (0) | 2025.01.13 |
| EGG (0) | 2025.01.09 |
| 루드티아와 대화 (3) (0)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