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티아와 취향문제

그 말은 진짜로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단 거?

…네.

이야, 너도 참 작살났구나.

  직후 몇 시간 정도 루드빅은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요리와 식사, 청소나 허드렛일을 해주었다. 앞치마도 착용. 티아나는 미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루드티아와 캐릭터도시락

  어느 날인가 티아나는 우물쭈물하며, 살짝 미소를 띤 수줍고 묘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다음에 바위집구리 모양으로 만든 요리로 도시락 싸주시면 안 돼요…?"

  루드빅은 당황스러워서, "그래."라고 말하기까지 약 1분이 걸렸다. 다음날 그는 정말로 바위집구리의 형태를 활용하여, 주먹밥이 들어간 동양 스타일의 도시락을 담아줬고, 티아나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루드티아와 생명창조

죽어있네요.

응, 죽어있지.

살아있게는 못하나요?

할 수 있었으면 내가 창조신이지.

산 채로 드셨잖아요.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죽은 거밖에 없어.
목숨은 물질이 아냐.

아쉬워요.

소금물에 담가놓고 전기로 지져봐.
영혼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

그건 소설 얘기죠….

혹시 모르잖아, 이능력이 있는 세상인데….


루드티아와 생명창조 (2)

  
목숨이 너무, 너무 간단한 형태라서, 정말로 정전기 하나만으로도 다시 영혼을 얻어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라면. 티아나는 가설을 세웠다. 뇌는 영혼을 만드는 장기다. 육체는 끊임없이 유기질과 무기질을 바라고, 그렇게 생체 전기를 만들어서, 영혼을 만든다. 영혼은 몸을 움직인다. 몸은 영혼의 노예다. 몸은 감옥이 아니야? 루드빅이 까탈스럽게 말했다. 몸이 있어야 영혼이 생긴다. 루드빅은 그 말엔 고개를 끄덕였다.
  루드빅은 티아나의 가설대로 너무나 간단한 생명체를 손바닥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정전기 하나로도 생명이 시작할 수 있는 구조. 그야말로 기계와 같다. 누군가 동물은 기계인형과 같다 말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임을 납득하게 되며 인간도 기계인형과 같아졌다. 병원에서의 광경.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썩지도 파괴되지도 않은 신체. 강렬한 전기. 온몸이 마치 생명이라도 깃든 듯 한 번 크게 발작하는 모습. 생명이 돌아올 수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둘이 하는 행위 역시 비슷하다. 티아나의 눈이 혁혁하다 말할 만큼 빛난다.
  루드빅의 손바닥에서 너무나 단순하며, 짧둥한 사지(?)가 달려있을 뿐인 하나의 하얀 육괴(肉塊)가 떨어져 나온다. 사이즈는 가히 검지 한 마디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티아나는 자신이 입은 니트에 양팔을 비비다가, 손을 뻗어 생물을 만졌다.

  딱!

  푸른 섬광을 잠시 뽐내며, 광속처럼 느껴지는 속도. 정전기가 티아나에서부터 생물에게로 이어졌다. 티아나는 손끝이 아팠다. 생물은 마치 통증이라도 느끼는 듯 움찔, 움직였다. 그 생물은 자석 따위에 이끌려가는 철 가루처럼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떤다. 루드빅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티아나의 열중하는 모습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생물은 어설프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눈도 입도 코도 없고 오직 피부로 호흡하며 느끼는 생물. 루드빅 씨! 해냈어요! 티아나가 외쳤다. 응, 그렇네. 루드빅이 석연찮게 대답했다. 생물은 계속 기어간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생물은 곧 결심한다. 루드빅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어디선가 느꼈다.
  본인이 만들어낸 것에서부터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살아있는 것을 떼어낸 적 없으니, 단 한 번도 살아있는 기분을 떼어낸 것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페인트, 죽은 나무로 이루어진 합판, 플라스틱, 벽지, 벽돌, 이 저택을 이루는 모든 것들. 그것들은 살아있지 않아서 루드빅에게 아무런 기분을 주지 않았다. 랑코구 10마리, 비둘기, 산호머리사슴, 뿔떠들썩오리, 춤깃나리, 메기, 그런 것들을 공허를 변하게 해 만들어냈어도, 그들 모두 '죽어있기에'. 아니, '사물'이었기에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몸을 공허와 섞어 둘러 이뤄낸 변신만이 생물로 기능해 자신의 육체처럼 느꼈을 뿐이었다.
  피부로 땅을 파악하며 기어가는 그 질감, 차가운 나무 테이블 위 얹어진 유리, 살에 채이는 작디작은 먼지, 그들이 웅성거림에 따라 떨리는 피부, 아무런 것도 들을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피부, 짧둥한 사지, 그 몸에 갇힌 것만 같으면서도,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으니 아무런 불편도 못 느끼며, 눈이 없으니 질투할 수도, 귀가 없으니 실망할 수도 없는 생물의 기분. 그러나 어째선지 어떻게인지 태어난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생명에서부터 시작한 배신감, 불쾌감, 불안감. 생물은 도피를 결심한다. 테이블 끝으로 계속 기어가고 있다. 루드빅은 피부로 느끼는 숨에 짓눌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티아나는 계속 생물을 쳐다보고 있다. 가위에 눌린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그러고 보니 그래, 나의 조각이니까 어쩔 수 없구나. 루드빅은 생각한다.
  테이블 끝에 도달한 생물은 태엽을 너무 돌려서 멈출 줄을 모르고 책상에서 떨어져 버린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추락한다. 티아나가 놀란다. 다행히 다른 점이 있다면, 개미를 테이블에서 떨군다고 죽지 않는 것처럼, 그 생물 역시 죽지 않은 것이다. 너무 작기 때문에. 티아나는 그 생물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생물에겐 멍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내장도, 뼈도 없이 태어난 하나의 지렁이 같은 생물. 그렇기에 연약하여 멍이 드는 생물. 하얀 피부 위로 물감이 스미듯 빠르게 퍼지는 멍. 티아나는 생물을 손 위에서 바라본다. 어쩜 좋아, 늦어서 못 잡았어요. 어떡하죠? 너무 아파 보여요. 막았어야 했는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서글픈 목소리. 그제야 티아나는 루드빅을 본다. 루드빅은 테이블 위에 엎드려있다. 루드빅 씨? 왜 그러세요? 아, 내 생각에, 이건 하면 안 될 거 같아. 루드빅이 엎드린 상태로 말한다.

살아있게 하면 안 될 거 같아.

루드빅 씨, 아파 보이세요. 괜찮으세요?

괜찮아.

  루드빅은 티아나에게 생물을 보여달라고 하였다. 티아나는 양손에 담은 생물을 내밀었다. 멍이 가득하다. 루드빅은 생물을 집어 들어, 짓뭉개버렸다. 뭐 하세요?! 티아나가 놀라 소리쳤다. 안락사. 루드빅이 답했다. 티아나는 숙연해졌다. 루드빅이 헛구역질을 한 번 한다. 앞으론 죽은 거만 만들자. 네. 그리고 죽은 걸 살리지 말자. 그럴까요? 응. 둘이 번갈아가며 말한다.


루드티아와 날씨에 굴하지 않는 관찰자

모레에 분명 태풍이 온다 했는데….

집 날아갈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
뿌리가 엄청 깊거든.

그거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다고요.

뭔데?

이번 연구에서 오직 풍속 30~50m/s에 도달한 날씨에만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진 이계생물의 자연적인 움직임을 관찰 가능해요.

으음, 그쯤 되면 이동이 아니라 그냥 굴러다니는 거 같은데.

그걸 이용하는 거죠! 회전초처럼요!

근데 설마 관찰하러 나가고 싶은 건 아니지?

…사실 좀 위험해서…, 아쉬운데…, 그게….
아직 야생에서 실제 촬영된 케이스가 없고….

같이 굴러다니고 싶어?

그렇지만….

….

….

  루드빅은 탐사 지역에 간이 셸터를 지었다. 관찰은 성공적이었고, 티아나 역시 만족할 만한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해당 생물이 그렇게 인기 있는 종이 아닌 탓에, 직접 찍은 영상은 학계에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티아나가 관찰에 푹 빠져있는 동안, 루드빅은 맛있는 코코아를 탈 수 있었기에 만족했다.


루드티아와 여기 사람 살아요

문 앞에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또 폐가로 착각한 놈들인가? 잘 걸렸다.

해치면 안 돼요! 경찰을 부르세요!

응? 아니, 대용량 레시피가 떠올랐는데 너는 다 못 먹잖아. 사람이 필요해서.

해치면 안 된다니까요!

그 정도로 위가 터지진 않을 거야.

  그의 집은 이 폭력적식사사건이 은밀하게 퍼져나간 이후 폐가 탐방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경찰이 와 조사하였을 때 피해자는 옆구리가 아프고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 단순한 과식이었고, 소화제를 처방받았다. 루드빅이 소화제 값을 지불해주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 됐다. 루드빅 역시 주거침입의 피해자였기 때문일까? 경찰은 싱거울 정도로 빨리 떠났다. 대신 티아나는 식어가는 남은 음식을 바라보면서 본인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루드티아와  "네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싶어…."

  자는 중이라 산발이 된 상태로 누워있는 티아나를 보며 루드빅이 말했다.
그 말소리에 소름이 돋아 티아나는 눈을 번쩍 떴다. 침대 위를 기어 후다닥 루드빅에게서 멀어진다.

…왜 그런 톤으로 말하세요?

네 머리가 너무 쑥대밭이라서 나도 모르게….

제 방엔 왜 있으세요?

밥 먹으라고 깨우려다가… 네가 하도 못 일어나서.
아니, 그전에 내 집이고.

몇 시예요?!

7시 반.

  아악! 티아나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지각할 수도 있는 시간. 티아나가 일어나자 루드빅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방을 나갔고, 소파에 늘어져 티아나가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 작전 성공.


루드티아와 브로커

딸기를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

우와. 딸기다.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잼도 만들고, 음, 뭐 이거저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가져오고… 감당하시는 거예요?

비밀이지. 요리 좀 하는 사람들은 '브로커' 하나 정도는 둬야 한다고.

브…브로커?

말이 그렇고. 그냥 좋은 도매상 찾으러 다녀.
너도 나 있잖아? 응? 이거 봐, 사진 찍었거든?
어제 건너편 동네에 있는 산에서 찾은 생물인데….

…!?


루드티아와 나이먹기

애들이 근처에 엄청 많이 있네.

저쪽 학교에서 온 애들인가 봐요.

벌써 그럴 시즌인가?


음… 아직 좀 추운데 하나 봐요.

흐응~. 좋네~. 병아리처럼 따라다니는 모습이.

아이들 좋아하세요?

좋고 자시고 별생각 없어.
너도 저만할 때가 있었지?

그야 당연하죠.

보통 이런 숲으로 많이 오나?

추울 때는 벌레 없으니까 오고, 더울 때는 파릇파릇하니까 오죠.
숲이나 올레길 걷는 건 인기 코스잖아요.

잘 모르겠네.

안 해보셨어요?

해봤다고 해도 기억 못할걸.

저는 다 기억나는데…. 음….

아가씨, 나한테는 족히 25~30년 전 일일 거고,
너한텐 20년 전에서 15년 전 정도밖에 안 되잖아.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되게 아저씨 같은 거 아세요?
그리고 아동기 때 기억은 나이 먹어도 잘 남는다고요.

아저씨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아저씨라고 하기에도 애매한걸.
마의 구간이야. 30대라는 건….

애들한텐 아저씨죠.

응….
너도 금방이야….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진짜 금방이야 이거….

이 우울한 분위기 뭐예요…?
나이 먹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알아…. 아는데 참을 수 없어….

'해소성섭식과 연속적관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결  (0) 2025.02.19
루드티아와 여는 대화  (0) 2025.02.05
EGG  (0) 2025.01.09
루드티아와 대화 (3)  (0) 2025.01.02
루드빅 오발리스에 대한 TMI  (0) 2025.01.01